어머니의 젊은 시절
어머니는 열아홉 살에 광양 옥룡에서 광양 염포마을로 시집와서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, 그리고 올케와 올케 자녀들을 돌보며 바쁜 나날을 보내셨습니다. 봄에는 여러 가지 곡식을 심고, 산에서는 고사리며 도라지를 캐며 산나물을 뜯으셨습니다. 물때가 되면 항상 바다로 나가셔서 고막이나 조개를 잡아오셨습니다.
물 길러오는 고된 일상
새벽에 일어나셔서 800미터나 되는 거리에 있는 우물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집에 와서는 그 물로 보리쌀과 쌀을 씻고 나무를 때어서 15명이나 되는 대식구에게 반찬과 밥을 지어 먹게 하셨습니다. 지금 생각하면 그 고생을 어떻게 하셨는지 한도 끝도 없습니다.
농사와 가사 노동
누에를 치고 가축을 기르시며 삼, 모시, 목화를 배하여 물레도 돌리셨습니다. 삼을 엮고 밤이면 베틀에 앉아 배를 짜셨습니다. 봄 수확기에는 밀과 보리를 베어서 타작하고 모내기를 하며 콩, 깨, 목화, 고구마, 감자 등을 심으셨습니다. 가을에는 벼를 수확하여 집에다 나락을 쌓아 겨울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금씩 홀태에 훑어 일 년 먹을 양식을 만드셨습니다.
어머니의 지혜와 끈기
어머니는 배우지 못해 글을 모릅니다. 하지만 눈치로 이름과 주소, 버스 행선지 정도는 알아보십니다. 그 시절 어머니가 어떻게 사셨는지 상상이 안 됩니다. 감사합니다. 고맙습니다. 허리가 아프다고 늘 하셨는데, 지금은 치매를 앓고 있어 아픈 곳도 잊어버리십니다.
요양병원에서의 생활
요양병원에서 어머니는 치매가 아닌 다른 환자들의 도움도 받고 이야기도 나누며 인생에서 제일 편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. 모든 생각 자체가 아가씨 시절에 멈춰 예쁜 행동만 하십니다. 감사합니다.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. 망각과 환상 속에 계시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십니다. 그래도 감사합니다. 아프지 않으시니 다행입니다. 잘 걸으시지 못하면서도...